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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_그림이야기

마담의 초상화, 로코코 미술

by 토비언니 2023.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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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문화 속 여성스러운 로코코 미술

 

영원할 것 같던 로마 가톨릭 교회와 루이 14세의 절대권력도 18세기에 들어서며 차츰 퇴조하고, 궁정중심의 바로크 예술도 장식적이며 감각적인 귀족 문화로 발전해 갔습니다. 그 전까지는 이탈리아 미술 흐름을 흡수하던 프랑스가 이때 경쾌하고 장식이 풍부한 로코코 미술을 꽃피우는데, 다른 유럽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문화수출국으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죠. 대부분 로코코를 말할 때 17세기 바로크와 19세기 신고전주의 사이에 끼여 가볍게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시기는 급변하는 근대화 진행과정에서 전 유럽의 통일된 양식을 찾기 어려웠기에 그렇게 간주되는 것이지 결코 그 특징이 미흡해서가 아니라 생각됩니다.

 

본래 로코코라는 명칭은 조개껍데기 장식을 의미하는 로카이유(rocaille)에서 유래했는데요. 이 시기 루이 14세 치하에서 억눌려있던 귀족들이 개인저택을 중심으로 일종의 살롱문화를 꽃피웠는데, 그들의 집에 걸린 그림이나 거울의 테두리 등에 구불구불하고 불규칙하게 뻗은 아라베스크 장식들이 많이 이용되었기 때문에 붙은 명칭이었다고 합니다. 이때를 배경으로 가장 프랑스적이면서, 가장 감미로운 - 장엄한 외관보다 아기자기하고 화사한 내부 장식이 특징인 스타일로 거듭나게 됩니다.

 

The Shop Sign of Gersaint by Jean-Antoine Watteau (1720) /출처: Wikimedia Commons

로코코의 문을 연 화가는 <게르생의 간판>을 그린 장 앙투안 와토(Jean-Antoine Watteau)라고 볼 수 있으며, 경쾌하고 뛰어난 붓놀림이 특징이고, 당시 풍속이나 패션, 연극, 소풍장면 등을 있는 그대로 재연하여 오늘날 모든이에게 당시 사회상을 연구하는데 결정적 자료를 제공하는 화가이기도 했습니다. 주로 감미로운 사랑 이야기를 그려 왕립 아카데미 동료들이 '페트 갈랑트(사랑의 향연)의 화가'라고 불렀다고 하는 그는 화려하고 온화한 색채와 몽환적 분위기를 완성시키며 로코코 특유의 관능적인 매력을 풍기는 화가였습니다. 이 '게르생의 간판'에는 와토 전형적인 특색인 밝게 빛나는 양식 안에 매우 사실적이며, 지루하기까지 한 주제를 통해 희비가 엇갈리는 아이러니를 전달하는 와토 특징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림 속에는 와토가 평소 존경한 루벤스, 반 다이크, 티치아노, 베로네제 와 같은 작품들이 걸려있는데, 이를 통해 당시 프랑스 컬렉터의 취향과 안목을 엿볼수 있습니다.

 

로코코회화의 종장을 장식한 화가인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Jean- Honore Fragonard)의 <목욕하는 여인들>입니다.

The Bathers by Jean-Honor&eacute; Fragonard (1765) / 출처:Wikimedia Commons

그의 그림은 앞선 와토의 그림에 비해 훨씬 생동감 있고 오밀조밀함이 느껴지고, 꾸밈이 심하고 관능미가 느껴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세속적인 에로티시즘이 더 해 그림 속 여인들이 '비너스나 님프' 같은 신비로움은 느껴지지 않으며, 순수한 육체의 아름다움과 욕망만이 충만한 듯 보입니다. 그의 그림은 다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무한한 밝은 색채와 화사함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러한 무드와 관능을 즐기는 시대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고 프랑스 대혁명의 발발과 함께 '앙시앵 레짐 (프랑스혁명 전 구제도, 왕국 국가체제룰 뜻함)' 이 허물어지며, 새로운 규범과 질서에 밀려 프라그나고 역시 잊히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와토와 프라고나르 두 그림의 공통점이라고 하면 스토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사랑에 빠져있는 귀족들의 미묘한 분위기만이 존재 하거나 그 한순간의 상황과 묘사가 바로 주된 특징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Madame de Pompadour by Fran&ccedil;ois Boucher(1756) / 출처:Wikimedia Commons

보신 것 처럼 로코코시대는 다른 시대보다 여성적인 감수성이 우수했습니다. 단순히 값비싼 장신구, 보석, 식기 등이 등장하고, 패션의 유행을 선도했다는 뜻만이 아니라 이 시기 살롱(Salon)을 열어 저명한 지식인들을 후원하고 사회적인 논쟁을 이끌어내며 근대적인 각성의 토양을 마련했던 건 다름 아닌 여성들이었던 것입니다.

이 문화를 선도하던 당대의 대표인물이라 하면 바로 루이 15세의 연인 마담 '퐁파두르' 일것 입니다. 그녀는 프랑스 미술을 후원하고 귀족들의 취향을 선도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사상과 문화를 이끌었습니다. 프랑스아 부셰(Francois Boucher)의 <마담 퐁파두르- Madame de Pompadour> 작품처럼, 당시 많은 화가들은 퐁파두르의 초상화를 많이 남겼는데, 장식이 많은 세련된 치장과 여신처럼 장밋빛으로 미화된 특유의 얼굴 묘사는 로코코 시대 회화 양식을 보여줍니다. 한갓 왕의 정부가 아닌 새로운 사상의 후견인으로써 자신을 드러나고자 했던 그녀의 의지가 투영된 듯 보입니다. 

 

이와 함께 로코코 시대에는 여성초상화가들의 활동도 왕성했으며, 유화보다 훨씬 섬세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재료인 파스텔화가 많이 그려진 것도 이 시대의 특징인데, 이런 종합적인 면이 모여 로코코를 단순히 여성적이다 부르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이미 많은 의미가 내포되고 틀림없이 짧았지만 독창적인 스타일을 보여줬던 시기임에도 불구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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