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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_그림이야기

의심은 의심을 낳고... 예술가의 해석 <의심하는 성 도마>

by 토비언니 2023.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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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신앙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순수하고 경건한 믿음을 가지고 있지만, 그와는 다르게 아닌 사람도 있기 마련입니다.

영어표현 중에 의심이 많은 사람을 "a doubting Thomas"라고 부른다고 하는데, 바로 이 어원이 탄생된 배경을 바로크 시대의 그림을 살펴보던 중 알게 되었습니다. 비록 한 가지 주제이나 대가들의 손에 의해 여러 버전이 탄생된 <의심하는 성 도마> 시리즈를 오늘은 감상해보고자 합니다.   

 

 

 

 

의심은 의심을 낳는다... 세 가지 버전의 <The Incredulity of Saint Thomas> 

 

 

간혹 성서에서도 신을 믿지 못하고 의심하는 사람들이 아이러니하게 등장하곤 하는데요. 

오늘 살펴볼 그림은 루벤스(Peter Paul Rubens)의 그림입니다. 그는 플랑드르 제일의 화가로 빛나는 색채와 생동하는 에너지로 가득 찬 독자적인 바로크 양식을 확립한 장본인이라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엄청난 주제의 그림이지만 그만의 남다른 스타일로 그리스도가 평화가 너희와 함께 하고 말하는 듯 부드러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그림에서 보시면 붉은 천을 두르고 있는 그리스도와 제자들이 보입니다. 그리스도가 내민 손을 자세히 보면 손바닥에 구멍이 나있는데 바로 못이 박혔던 자국입니다. 성서에 따르면 그리스도는 십자가에서 못이 박힌 뒤 부활해서 다시 제자들 앞에 나타났다고 하는데, 열두 제자 중에 도마(Thomas)라는 제자는 그리스도가 부활했을 당시 하필이면 그 자리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마디로 그리스도의 부활에 의심을 품은 막 돼먹은 제자 중 하나였고요.

 

 

요한복음 20장 25절을 보면, 이런 도마의 말이 등장한다고 합니다. “나는 내 눈으로 그분의 손에 있는 못자국에 넣어보고, 또 내 손을 그분의 옆구리에 넣어보지 않고는 결코 믿지 못하겠다”라고 말입니다. 그런 그 앞에 다시 그리스도가 나타나 내 손의 못 자국을 만져보고 내 옆구리에 손을 넣어보라고 친절히 말합니다. 그림 속에서 못 믿겠다는 얼굴로 힐끔 처다 보는 이 인물이 도마이고, 양옆에는 루벤스에게 이 그림을 주문한 부부가 등장했다고 합니다.

 

 

그리스도를 둘러싼 3명의 제자 둥에 상처에 손을 넣는 이가 없으니 누가 '도마' 인지 모르지만 가장 주의 깊게 상처를 들여다보는 가운데 인물이 도마로 여겨집니다. 사실 도마가 그리스도의 상처를 직접 만지는 제스처를 가진 기존의 도상은 많았습니다. 하지만 루벤스는 그 전통을 따르기보다 성서원문에 충실하게 그리스도와 도마의 만남만을 그려내며 차별화를 두었던 것이죠.

 

이 그림을 보고 저는 잔인하기 짝이 없다 생각했는데 다음엔 한술 더 뜬 그림이 나타납니다.

 

The Incredulity of St Thomas by Ludovico Mazzolino (1522) / 출처: Wikimedia Conmons

 

 

이 그림은 같은 주제로 한 <The Incredulity of St Thomas>의 다른 버전으로 1522년 마졸리노(Ludovico Mazzolino)의 프레스코 벽화로, 이번엔 친절히 예수는 한쪽 팔을 들어주고, 도마는 그 벌어진 옆구리로 두 손가락을 냉큼 찔러 넣습니다. 예수의 표정이 측은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꼭 그걸 손으로 만져야 알겠느냐 하는 가벼운 나무람의 시선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The Incredulity of Saint Thomas by Caravaggio (ca.1600)/ 출처: Wikimedia Commons

 

마지막으로 카라바조의 1602년작을 감상하시겠습니다. 카라바조는 다 아시는 것처럼 이탈리아 바로크 회화의 거장으로 종교화를 주로 그렸었고 보신 것처럼 강렬한 빛과 어둠을 강하게 대비시켜 드라마틱한 효과를 즐기고, 이전의 창백하고 유령 같은 마니에즘적인 인물들과는 다르게 오직 본인이 본 것만 그린다는 그의 주관처럼, 세속적이고 현실감 넘치는 인물을 그림으로써 사실주의의 지평을 열었습니다.

 

 

이 그림은 기존의 시리즈에 마침표를 찍는 듯, 성 도마(Saint Thomas)에게 더 이상의 의심은 없을 듯 보입니다. 특유의 강렬한 명암(clair-obscur) 기법의 강한 사용과 모든 등장인물의 머리를 한 곳에 집중시킨 구도 등은 관찰자로 하여금 더 또렷히 주제에 집중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작품과는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 건 이 작품에서 도마는 그리스도의 손에 이끌려 손을 넣고 있다는 점이며, 고개를 숙인 그리스도의 옆구리에 이젠 아예 손가락을 넣고 휘휘 젖고 있는 모습이 보이기도 합니다. 이마엔 주름이 잔뜩 잡힐 정도로 열심히 집중을 하고 당황한 모습이 역력히 보이는데요. 아무튼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을 한 뒤 이를 믿게 된 도마는 그 후 깊은 신앙을 가지고 사명을 다하며 가장 많은 교회를 설립한 인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사실 복음서에는 도마가 예수의 상처에 손가락을 넣었다는 언급은 없지만 예술가들은 일찍이 그가 손가락을 넣는 모습을 전형적으로 재현했고 그 모습은 4세기 중엽의 대리석 석관의 일부에서도 관찰된 바 있습니다. 한 가지 주제인 <의심하는 성 도마> 시리즈는 그렇지만 예술가의 해석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의 명작들로 발전시켜 나간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이 폭풍 같은 예술 번영기에 - 르네상스 후기에서, 마니에리즘(Mannerism), 바로크 그리고 로코코로 넘어가는 과도기까지- 얼마나 많은 천재적 대가들의 고민과 그들의 다양한 시도가 이어졌는지, 그리고 이로 인해 우리의 눈이 얼마나 호강을 하고 있는지 다시금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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