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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_그림이야기

르네상스시대의 순양 그룹, 재벌집 메디치 가문?

by 토비언니 2023.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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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시대의 순양 패밀리? Medici 메디치 가문

 

 

르네상스 예술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이자 이탈리아 피렌체를 주름잡았던 메디치(Medici) 가문은 한마디로 중세 서양미술사에서 빠질 수 없는 키워드라 생각됩니다. 글을 쓰려니 갑자기 얼마 전 종영한 재벌집 막내아들이 떠오르네요.

진양철 회장님이 열연한 바로 그... 이 순양그룹이 중세시대에도 있었다는 사실 아시나요?

 

13세기에서 17세기에 이르기까지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부를 축적한 은행가 집안으로써, 세 명의 교황을 배출하고, 정치적인 권력까지 쥐었던 이 가문은 정치적 입지를 굳히고 사람들의 인심을 얻기 위해 당대의 많은 예술가들을 후원하면서 르네상스 미술을 꽃피웠습니다. 메디치 가문은 자신들의 권력 아래 피렌체를 두었으며, 예술과 인문주의가 융성한 환경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들은 밀라노의 비스콘티와 스포르차, 페라라의 에스테, 만토바의 곤차가 등 다른 위대한 귀족 가문과 더불어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탄생과 발전을 이끌어내는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메디치 가문은 금융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는데, 메디치 은행은 유럽을 통틀어서 가장 부유하고 훌륭한 은행이었습니다. 그 덕분인지 한동안 메디치 가문은 유럽에서 가장 유복한 가문으로 평가받았으며 이를 바탕으로 메디치가는 피렌체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획득하였고, 이 영향력은 나중에 이탈리아 전역과 유럽에까지 확대되었습니다. 회계 전문직에서의 그들은 신용과 차변을 추적하기 위한 복식부기 체제의 개선이라는 중요한 업적을 남겼고 이 체제는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을 위해 일하는 회계사들에 의해 처음으로 사용되었다고 하네요.
이들은 막대한 부를 바탕으로 보티첼리,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로 등 당대 최대의 예술가를 후원한 것으로도 유명하고, 이들의 후원 덕분에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절정기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미켈란젤로(Michelangelo Buonarroti), 라파엘로(Raffaello Sanzio)가 르네상스의 3대 화가로 꼽힌다면, 이에 버금가는 화가로 역시 언급되는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 1445~1510)의 작품 동방박사의 경배(Adoration of the Magi, Adoration of Kings)를 감상해 보겠습니다.  

 

 

Sandro Botticelli - The Adoration of the Magi, Uffizi Gallery, 출처:Google Art Project, Wikimedia Commons

 

이 작품은 메디치가가 장례를 치르던 산타 마리아 노벨라(Basilica of Santa Maria Novella) 예배당을 위해 제작된 것으로 다들 익숙한 테마인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동방에서 예루살렘 까지 찾아온 세명의 동방박사를 그린 것입니다.

이 작품에서 메디치(Medici) 가문의 삼대가 함께 등장을 하게 되는데요. 가문을 일으킨 코시모 메디치가 마돈나의 발 앞에 붉은 망토를 입고 무릎을 꿇은 모습으로 그려졌으며, 그 곁은 코시모의 아들 피에로 메디치가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으로, 그리고 르네상스 예술에 가장 많은 후원을 하였던 가문의 최고 스타로 손꼽히는 손자 로렌초 메디치는 칼을 쥐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지며 그림에 등장을 하게 되는 것이죠. 이들이 동방박사의 모습으로 그림에 나타난 것입니다.

 


1475년도에 그려진 이 그림은 메디치 가문의 요청으로 그려진 게 아닌, 자노비 델 라마(Zanobi del Lama)라는 당시 신흥 부자의 요청에 의해 그려졌으며, 그의 부탁으로 메디치가의 인물들을 동방박사의 수행원으로 묘사되었다고 합니다. 델 라마는 당대 최고의 권력자인 메디치가문의 환심을 사고, 그들과의 친분을 대외적으로 과시하기 위해 의뢰한 그림이었다고 하는데, 불행히도 델라마는 이 그림이 완성되자마자 몰락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 그림 속에도 바스파레 델라마 부자가 그림의 좌우에 배치되어 등장하고 있으며 뒷줄에서 전면을 응시하고 있는 인물들입니다.

 


이 그림이 재미있는 이유는 사실 다른 데 있습니다.

 

Botticelli

 

모든 인물들이 아기예수에 집중하지만 (좌우 뒷줄에 위치한) 델라마 부자 외에 그림 오른쪽 하단에 또 한 사나이도 전면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그는 다름 아닌, 로렌초 메디치의 친구이자 이 작품을 그린 화가 ‘보티첼리’라고 하네요. 조금은 거만한 듯도 하고, 어떻게 보면 조금은 못마땅한 표정을 띠고 있는데, 그가 아마 나타내고 싶었던 것은 본인은 단순히 그들을 그려만 주는 화가가 아닌 자신의 재능을 통해 환상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창조자로 보이고 싶었던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여하튼 메디치 가문에 의해 보티첼리는 위의 그림 외에도 <비너스의 탄생(The Birth of Venus)>, <봄(La Primavera)> 과 같은 유명한 명작을 탄생시킬 수 있었고, 한편으로는 그들이 있었기에 후대에도 이런 화려한 예술품을 감상할 수 있는 게 아닌지 생각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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